• 트럼프의 관세 완화에 중국, “협상 가능하지만 패권은 안돼”
  • 美 AI칩 규제에 강경 대응…중국, 장기 전략 전환 시사
지난주 미-중이 격화되고 있는 관세 전쟁에 일시적인 합의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지난 5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에서 일시적인 관세 중단에 합의하면서 치열하게 전개되던 양국 간 무역 전쟁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중국 관영 매체와 일부 평론가들은 이를 두고 “중국의 승리”라며 대대적으로 자축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중국은 쉽지 않은 협상 국면을 대비하고 있으며, 향후의 전략적 경쟁까지 내다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합의 직후인 5월 13일,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게 중국의 대표적인 AI 반도체 기업인 화웨이의 칩 사용을 자제하도록 경고한 점을 거론하며 “제네바 협상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15일에는 미국이 수출 통제를 남용해 중국을 억압하고 있다며 불만을 재차 표출했다.

중국은 또한 미국 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마약 펜타닐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문제일 뿐”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펜타닐 원료 화학물질의 중국 내 생산과 수출을 통제하려는 미국의 요청에 대해 중국이 적극 협조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미중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 합의를 ‘중국의 일방적 양보’로 해석하지 않도록 내부 단속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관영 CCTV는 “미중 무역 관계의 회복은 양국과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미국이 관세 부과라는 잘못을 완전히 바로잡아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이 외형적으로는 협상에 유연성을 보이지만, 자국의 핵심 이익에 있어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중이 합의한 관세 완화 조치는 90일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되며, 그 기간 동안 추가 협상을 진행해 영구적인 무역 합의로 이어질지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양측의 공식 협상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번 협상 이후 양국 고위 인사의 만남은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한국에서 열린 APEC 무역장관 회담에서는 미국 무역대표부의 제이미슨 그리어와 중국 상무부의 리청강이 비공식적으로 접촉했으며,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마자오쉬 부부장이 미국 국무부 리처드 버마 부장관과 전화 통화를 통해 양국 관계를 논의했다.

하지만 협상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나틱시스 투자은행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에 따르면, 미국이 현재의 관세 완화를 유지하지 않을 경우 미중 교역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 있으며, 중국은 최대 1.6%의 성장률 하락과 400만~600만 개 일자리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중국은 이러한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으로 자국 중심의 내수 강화와 제3국과의 무역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라틴아메리카, 유럽,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이 ‘책임 있는 파트너’임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을 고려해 희토류 수출에 대한 통제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희토류는 전기차, 항공, 군수산업에 필수적인 원재료로, 미국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미국 스팀슨 센터의 윤선 박사는 “중국은 트럼프라는 폭풍을 견디기 위해 거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가능한 비용을 최소화하고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입장을 취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홍콩대학의 정치학자 브라이언 웡 교수도 “중국은 미중 긴장이 쉽게 완화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 싸움은 길게 갈 것이라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인식”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8월 12일까지 남은 협상 기간 동안 어떤 결과가 도출되느냐에 따라 향후 수년간의 미중 관계가 결정될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양국 모두 상호 의존도를 줄이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덴버대 국제학부 스위셩 자오 교수는 “무슨 이야기를 하든, 결국 서로와의 교역을 줄이려는 경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