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막 지연·오탈자·정보 누락까지…청각장애인 “화면만 봐도 불안, 방송 이해할 수 없어”
  • 수차례 민원에도 침묵한 GS홈쇼핑·시청자미디어재단…난청협회 “송출 중단하고 근본 개선하라”
자막 오류 모습 (사진 =대한난청협회)

청각장애인 시청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자막방송이 오히려 시청권 침해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난청협회는 GS홈쇼핑의 장애인 자막방송 품질 저하 문제에 대한 민원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음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한국장애인신문에 따르면 협회는 “말뿐인 개선 약속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GS홈쇼핑에 자막방송 송출 중단을 공식 요청했다. 이 같은 요청은 단순한 기술 개선을 넘어서 인권 차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막 품질 저하 문제는 지난해 9월부터 제기돼왔다. 협회는 GS홈쇼핑에 1차 공문을 보내 자막 오류 및 지연 문제를 지적했고, 당시 GS홈쇼핑은 “빠른 시일 내 개선하겠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조치가 없었고, 올해 1월 23일 발송한 2차 공문에 대해서는 아예 답변조차 받지 못했다.

이에 협회는 2월 7일 시청자미디어재단에도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대응은 원론적인 권고에 불과했다. 자막의 심각한 지연, 발언자 구분의 어려움, 핵심 정보의 누락 등 구체적인 문제는 여전히 방치된 채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협회는 3월 4일, GS홈쇼핑과 시청자미디어재단 양측에 자막방송 송출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재차 발송했다. 이에 대해 GS홈쇼핑은 “AI 자막 시스템이 딥러닝을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반복했지만, 협회는 “그 딥러닝이 완성되기 전까지 청각장애인은 오류 자막을 감수하라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자막 오류 모습 (사진=대한난청협회)

협회는 “청각장애인에게 자막은 보조수단이 아닌 ‘눈’ 그 자체”라며, “방송법 제70조의2에 따르면 자막방송은 단순히 편성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품질 역시 적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협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방송 자막과 음성 사이의 최대 지연 시간은 8초에 달하고, 제품 가격이나 구성 정보 등 주요 내용이 누락되거나 오탈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언자 구분이 되지 않는 점은 상품 설명의 정확한 이해를 가로막는 큰 장애 요인이다. 협회는 현재의 자막 정확도가 80%에도 못 미치며, 이는 실질적으로 방송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자막 오류 모습 (사진=대한난청협회)

협회는 3월 12일 최종 공문을 통해 “현재의 자막방송은 청각장애인 45만 명과 난청인 500만 명의 시청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언론 공개, 국회 차원의 문제 제기, 시민사회 연대 등 공론화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시청자미디어재단을 향해서도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협회는 “장애인의 방송 접근권 보장을 위해 설립된 재단이 방송사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그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며, “시청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는 재단은 더 이상 시청자를 대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협회는 “우리는 단순히 기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을 통해 동등한 정보를 누릴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실질적인 품질 개선에 착수하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송출을 중단하라”고 강도 높게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