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EP 공급망 변동성 지수, 북미·아시아 제조업 주문 급감…중국 수요 급락세
- 장기적 공급망 리스크 여전…제조업체들, 불확실성에 투자·생산 모두 ‘주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일시 휴전에 들어갔지만, 글로벌 공급망은 이미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체들은 급격히 위축된 수요와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와 생산을 줄이며 방어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글로벌 공급망 컨설팅 기업 GEP가 발표한 ‘글로벌 공급망 변동성 지수(Global Supply Chain Volatility Index)’에 따르면, 2025년 4월 제조업 주문량은 급감했으며, 특히 북미와 아시아 지역의 구매 활동이 뚜렷하게 위축됐다. 이는 무역전쟁 장기화를 우려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재고를 쌓은 이후 나타난 반작용이라는 분석이다.
GEP의 컨설팅 부문 부사장 존 피아텍(John Piatek)은 “이번 관세 일시 중단은 미국과 중국 양측 제조업체에 큰 안도감을 줬지만, 제조업 수요는 이미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들은 관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주요 원자재를 비정상적으로 많이 비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역 휴전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체들의 장기적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 피아텍은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디리스크(de-risk)’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빠르게 변하는 무역 환경과 불확실성 탓에 자본 투자와 공급망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GEP 지수는 매달 2만7000개 기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요, 운송비, 재고 수준, 납기 지연 등 다양한 항목을 종합해 산출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제조업 전반에 걸쳐 공급망 과잉과 수요 부족이 동시에 관측됐다.
특히 북미 기업들은 4월 들어 이른바 ‘하키 스틱’ 그래프 형태로 재고를 급격히 늘렸는데, 이는 공급 차질에 대비한 방어적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제조업체들 사이에서는 수요 둔화와 공급 부족을 예상하는 신호도 처음으로 포착됐다.
아시아 제조업체들의 구매 활동은 2023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이는 특히 중국, 대만, 한국에서 예비 생산 능력(잉여 공급 능력)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산이 줄고 재고가 쌓이며 실제 가동률이 낮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도 나타났다. 산업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독일과 프랑스는 지난 1년간 저활용되던 공급망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영국은 공급업체 활동 지수가 20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제조업 약세를 보이고 있다.
피아텍은 “무역 조건이 다시 악화된다면 유럽의 회복세도 얼마든지 되돌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 버지니아 항만청(Port of Virginia)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에드워즈(Stephen Edwards)는 CNBC 인터뷰에서 “앞으로 공급망의 중심이 중국에서 동남아, 남아시아, 유럽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버지니아항은 이러한 변화에 대비한 인프라 투자를 이미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4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교역 상대는 인도 아대륙이며, 그 다음이 베트남과 유럽”이라며 “중국과의 교역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성장은 정체 상태”라고 말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무역 환경의 변화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제조업계는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 변화와 정책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