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각장애인 상대로 소송 남발, 보험금 압류까지 이어진 부당행위 지적
  •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 적극 개입 요청… 보험계약대출 주장도 근거 불명확

보험회사가 심각한 청각장애를 가진 고객을 상대로 무분별하게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 비용을 이유로 정당한 보험금 지급까지 거부한 사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유철환)는 보험사의 부적절한 소송 제기와 그에 따른 보험금 지급 거부 사례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적극적으로 분쟁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공식 의견을 밝혔다. 이는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금융 감독 정책 강화 움직임의 일환이다.

사건은 심한 청각장애를 가진 ㄱ씨가 2005년 2월 자택 화장실에서 넘어져 척추에 후유장해를 입은 뒤, 자신이 가입한 보험회사에 후유장해보험금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곧바로 ㄱ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보험사가 후유장해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지만, 치료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약 160만 원은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보험회사는 치료비와 생활비 지급 판결에도 불구하고 실제 금액을 지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2008년 소송비용액확정결정을 받아 270만 원에 달하는 소송비용을 집행채권으로 삼아, 2014년에는 ㄱ씨가 받을 치료비 및 생활비 채권에 대해 압류 및 추심 명령을 신청했다. 이어 2020년부터 ㄱ씨가 연금보험금을 수령할 시기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회사는 압류를 이유로 연간 약 150만 원 상당의 연금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보험사는 추가적으로 ㄱ씨가 과거 보험계약대출을 이용해 남은 채무가 있다는 점도 지급 거절 사유로 들었다. ㄱ씨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15차례에 걸쳐 대출을 받았고, 대출원금 약 593만 원과 이자 약 1,075만 원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는 이 주장에 대해 "보험계약대출채권을 이유로 연금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약관 및 계약 근거가 불분명하며, 이미 5년의 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국민권익위는 금융감독원에 대해, ㄱ씨가 제기한 보험금 지급 요청 민원을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하여 처리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보험사가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무분별하게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비용을 이유로 정당한 보험금까지 압류하는 관행은 공공성과 신뢰성을 저해하는 행위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종삼 국민권익위 고충처리국장은 “거대 보험회사가 상대적 약자인 계약자에게 소송을 남발하고, 소송비용 충당을 명목으로 보험금을 압류하는 관행에 단호하게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권익위는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금융 분야의 불공정한 권익 침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대한 정책적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보험업계의 부당한 관행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