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자문단 출범…수탁기관이 투자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 논의
  • 연금 도입 20주년 맞아 구조개혁 본격화…올 하반기 법안 발의 계획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를 퇴직연금 질적 도약기로 삼고 기금형 도입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고용노동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편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고용노동부는 21일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위한 전문가 자문단을 공식 출범시키고, 서울 비즈허브센터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자문단 출범은 퇴직연금이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노후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수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 제도는 대부분 민간 금융기관과의 계약을 통해 운용되는 ‘계약형’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구조에서는 가입자 스스로 투자 결정을 해야 해 대부분의 자금이 원리금 보장상품에 쏠려 수익률이 낮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실제로 2023년 기준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2% 초반에 그쳐,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노후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정부는 수익률 개선과 함께 가입자의 선택권 확대, 시장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기금형’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금형 제도는 호주·미국 등 선진국에서 널리 운영되는 방식으로, 수탁기관이 가입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운용과 책임을 지는 구조다. 고용부는 기금형 도입을 통해 투자 자산의 전문적 관리와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해져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금형 제도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퇴직연금 도입 초기에는 제도의 시급성과 비용 문제로 계약형 구조로 시작했으나, 2014년부터 기금형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2018년에는 정부 입법으로 법안까지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노사와 시장의 이견으로 본격적인 추진이 무산됐다.

고용부는 올해 퇴직연금 도입 20주년을 맞아 그간의 쟁점을 보완하고, 현장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금형 도입 논의를 다시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자문단에는 경제·경영·사회복지·법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 11명이 참여했으며, 금융·연금 등 업권별 이해관계도 고려해 구성됐다.

이날 첫 회의에서는 ▲사업장 규모별 적합한 기금형 형태 및 추진단계 설정 ▲수탁법인 형태와 요건, 영리법인 허용 여부 ▲기금의 인허가 및 관리·감독 방안 등 핵심 쟁점들이 집중 논의됐다. 고용부는 자문단 논의를 오는 6월까지 밀도 있게 이어가고, 하반기에는 퇴직연금사업자와 노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거쳐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를 퇴직연금 질적 도약기로 삼고 기금형 도입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겠다”며 “퇴직연금이 실질적인 노후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기금형 모델을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고용부는 기금형 도입 외에도 연금 가입자 보호 장치 강화와 운영 투명성 확보 방안 등을 병행해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