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선 후 증시 상승에 취한 월가, 두 달 만에 경기침체 공포로 돌아서
  • ‘사회보장제도 붕괴’ 경고까지… 정부 축소·보복정치가 경제 불확실성 키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월가에 혼돈을 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 후 월스트리트는 환호했다. 규제 완화와 추가 감세, 다양성과 포용(DEI)을 겨냥한 정치적 공세까지, 월가는 트럼프식 경제 정책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만에 그 기대는 공포로 바뀌었다.

현재 S&P500 지수는 지난해 11월 대선 전보다 낮아졌고,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소비자와 중소기업의 신뢰 지수도 급락했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되살아나는 가운데, 포춘 500대 기업들도 일제히 소비 둔화를 보고하고 있다. 경제 전반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불길한 단어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소비 심리 위축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미국 민간경제연구소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앞으로 6개월 내 여행 계획이 있다고 밝힌 미국인은 40%를 밑돌았다. 최근 40년 동안 이보다 낮은 수치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뿐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경기 침체 가능성을 부인하기보다 “과도기적 통증”이라며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콧 베센 재무장관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고,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관세 정책이 경기 침체를 유발하더라도 결국 ‘가치 있는 대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예측 불가능하게 전개되고 있다. 캐나다 병합 시도와 같은 터무니없는 목표를 내세우는가 하면, 하루 만에 철회되는 조치도 다반사다. 루트닉 장관조차 “대통령이 기분 나쁜 나라”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한다고 시인했다.

정부 축소 정책도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의 측근들이 이끄는 ‘정부효율성부(DOGE)’를 통해 수만 명의 연방 공무원을 해고하고, 수십 건의 연방 계약을 취소했다. 심지어 이미 작업을 마친 기업들에 대한 대금 지급도 거부하고 있다. 이런 조치들은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지만, 이미 대학과 주요 기업들은 채용 동결과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사회보장국 전 국장 마틴 오말리는 “DOGE의 삭감이 ‘체계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치적 보복과 사적 이익 챙기기도 노골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상대로 한 소송에 연루된 로펌들을 공격하는 한편, 가족들과 함께 암호화폐 판매나 멜라니아 트럼프의 다큐멘터리를 아마존과 4천만 달러에 계약해 수익을 챙기고 있다.

미국이 세계 금융의 중심이 된 이유는 풍부한 자원 때문만이 아니다. ‘법치’와 ‘안정성’이 미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무질서한 국정 운영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 마크 래슬리는 “시장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가 가장 큰 문제”라며 “이런 경제는 버텨낼 수 없다”고 경고했다.

‘공화당이 경제에 강하다’는 오랜 통념 역시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 미국 역사상 최근 10번의 경기 침체 중 9번은 공화당 대통령 임기 중 발생했다. 민주당이 집권할 때 일자리 증가율과 S&P500 지수 상승률도 더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가는 이런 증거를 외면했다. 불평등이 심화되는 와중에도 월가와 실리콘밸리의 부유층은 ‘진짜 피해자는 우리’라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와 세금 인상에 반발했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부터 ‘혼돈의 화신’이었다. 이제 그 혼돈이 미국 경제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