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학·노동시장 변화 반영해 고령층 정책 개선 필요성 제기… 실질 은퇴 연령 72세까지 상승
  • 복지부, 전문가 간담회 열고 연금·고용·의료비 등 노인 기준 현실화 논의… 사회적 합의 절차 돌입
건강 수준 및 노동 측면에서의 새로운 노인 연령 기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건강 수준과 노동시장 변화를 고려해 40년 만에 ‘노인 연령 기준’ 조정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기존 65세로 규정된 노인 기준이 시대 변화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령층의 건강과 경제활동 실태를 반영한 새로운 기준 마련이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서울역 스페이스쉐어 회의실에서 제3차 ‘노인연령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보건의학적 관점과 노동시장 측면에서 노인 기준 조정 필요성을 집중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는 앞서 두 차례 열린 회의에 이은 세 번째로, 학계·노인단체·소비자단체·언론 등 다양한 전문가 14명이 참석했다.

이날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이윤환 교수는 “노화 속도와 건강 상태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단순히 연령만으로 노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경우 이전 세대보다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의료비 지출도 낮은 특징이 뚜렷하다며, “현재 70세가 과거 65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한 복지·의료 부담 논의와 별개로, 건강한 신노년층의 등장이 정책 설계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국개발연구원(KDI) 권정현 연구위원 역시 “노인 연령 논의는 단순히 복지 확대 논의를 넘어 고용·연금 등 경제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권 연구위원은 “OECD 기준 우리나라 고령층의 실질 은퇴 연령은 이미 72세(2016년 기준)까지 높아졌다”며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문제를 완화할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권 연구위원은 고령층이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한 후 겪는 저임금과 일자리 질 저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노인들이 질 좋은 일자리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재고용이나 정년 연장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은퇴와 노동시장 참여 여부를 고령층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연금제도 역시 유연하게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전문가 의견 수렴과 연령대별 국민 여론 조사, 제도별 영향 분석 등을 통해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특히 단순한 연령 상향 논의가 아니라 건강·기능 수준, 노동시장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인 연령 기준과 복지 정책의 현실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이제는 과거와 다른,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 있는 신노년층이 등장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40년 만에 노인 연령 기준 재논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을 계속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논의를 통해 연금 지급 시기, 고령자 고용 정책, 의료·복지 서비스 제공 기준 등 전반적인 노인 정책의 전환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령화 심화로 복지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노인’의 기준을 재정립하는 논의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